2009년 7월 26일 일요일

장 뒤뷔페 '우를루프의 정원'

"제가 봤을 때

그림의 쓰임새를 흔히들 기대하는 바와는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각자의 집에다 둘 수 있고,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고,

영원히 볼 수 있는 그림이 되는 거죠.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혹은 타오르는 불을 보듯이요.



나는 내가 전문가가 아닌 애호가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그러길 바래요.

내가 원하는 건 단지, 하고싶을 때 아무런 구속없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고기를 낚는 낚시꾼이 되는 겁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건 오직 그림에서 찾은 즐거움 때문이죠.

내 그림은 전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면

그제야 무언가를 보기 시작했단 생각이 듭니다.

전혀 새로운 빛 속에서 이들을 보는 것 같고,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것 같지요.

신기한 마술 안경이라도 쓴 것같은 기분입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두 눈은 아무것도 못 보죠.

그림이 내 눈이 되는 겁니다.

시골길에서 돌멩이 하나를 봐도,

뭘 본건지도 모르겠고, 뭘 아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아 그게 돌멩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집에와서 그림을 그리려고 한 때입니다.



그리고... (집과 나무와 밭이 있는 한가로운 전원풍경을 보며)

저런 풍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뭐가 예쁜 건지도 모르겠고 오히려 제게 있어선

거슬려 보입니다. 그럴 이유는 없지만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도 그리고 싫어하는 것도 화폭에 담지요.

그러면서 내 안의 감정을 비워내는 겁니다.



미의 개념이란 없다고 봅니다.

아름답다는 건 착각이죠.

미추의 개념 모두가 없어요.

시대에 맞게 사느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이죠.

미란 사회적 통념일 뿐입니다.

한가지 유효한 개념이 있다면 그건 매혹, 즉 홀리는 것이죠.

장담컨대,

그 어떤 사물이든

그 어떤 존재든

그 어떤 장소든

강한 애착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거지요.

사람의 호기심을 유발하여 빠져들게 하는 겁니다.

바로 그때, 사람들은 그게 아름답다고 하는 거죠.

하지만 뭐든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제 생각엔

예기치 못한 데서 미를 찾는게

예술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은 눈에 호소하지 않습니다.

영혼에 대고 말하는 겁니다!"







- 장 뒤뷔페, 인터뷰 中









장 뒤뷔페의 전시가 끝나기 이틀전 부랴부랴 전시를 봤다.

저녁 6시가 넘어서도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장 뒤뷔페, 참으로 재능이 다양해서 초년기에는 어느길로 가야할지 이리저리 헤메이다가

중년기가 되어서야 자신의 길을 찾고 죽을 때까지 미술가가 된 사내.

아카데믹한 화풍은 배우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그리겠다며 미술대학을 뛰쳐나왔지만,

그후로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42살까지 포도주 상인이 된 사내.

이 사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42살, 미술가가 되길 결심하기까지.

그리고 죽을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린다. 그동안 못그려 본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동안 얼마나 멋진 생각을 화폭에 담아보지 못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장 뒤뷔페의 그림들은 찡하고 통하는 면이 있다. 그걸 화가의 진실성이라고 했던가, 진실이 담겨 있는 그의 그림들은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그 어떤 현대 회화보다 가슴으로 먼저 다가선다. 정말 장 뒤뷔페의 그림들은 영혼에 대고 말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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