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4일 금요일

기호의 유형

■ 기호의 유형

도상적 기호(iconic sign) : 최근에 신세대가 선호하는 감성언어의 일종인 이모티콘은 전형적인 도상이다. 이러한 기호들은 각기 그 기호와 지시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유사성에 착안한 것이다. 사진이 실물과 유사한 도상, 분자모형은 물질의 구조적 특징과 유사한 시각적 도상, 그리고 한국에서는 ‘멍멍’이 개 짖는 소리를 나타내는 음성적 도상으로 통용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의미작용을 기능하게 하는 기호를 도상(icon)이라고 한다. 퍼스는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도상적 기호가 유용하게 활용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가령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 아무런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나, 나무의 사진을 보여주면 나무의 관념이 직접적으로 소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표적 기호(indexical sign) : 풍향계는 바람의 방향을 알리는 지표이고, 문을 노크하는 소리는 누군가가 와있다는 지표이며, 콧물과 재채기 그리고 미열 등은 감기 같은 질병의 지표이며, EQ가 정의적 능력의 지표이고, 연기가 불의 지표이며, 고급 승용차가 부의 지표로 통용되는 관행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퍼스는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에 인과관계나 서열관계(sequential relation) 같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관계가 있는 경우를 지표적 기호라고 한다.
지표(index)를 기호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퍼스의 기호학적 입장은 소쉬르의 기호 개념과 구별되는 뚜렷한 차이점이다.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기표와 기의 간의 관계는 필연적 관계가 아니라 자의적 관계인 데 비해서, 퍼스의 기호학에서 지표는 대상을 필연적으로 지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은 진위의 문제가 아니라 기호의 본질을 규정하는 관점의 차이로 보아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퍼스의 기호학이 원래 인간과 사회 및 자연에 관한 탐구의 논리를 규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고, 그래서 소쉬르의 기호학보다 기호의 외연이 넓기 때문이다.
상징적 기호(symbolic sign) : 도상이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고, 지표가 인과성에 근거하여 의미작용을 일으키는 기호라면, 상징적 기호는 자의성이 그 특징이다. 상징적 기호와 그 지시대상 사이에는 어떤 유사성이나 인과적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상징은 소쉬르의 기호이론에서 기표와 기의의 관계처럼 전적으로 자의적 관행의 산물이다. 붉은 악마가 한국 축구 응원단을 상징하게 된 것도 필연적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자의적 관행의 산물이다.
언어는 전형적인 상징적 기호에 속한다. 화판에 그린 소나무의 그림은 소나무의 도상적 기호이고, 저 소나무를 가리키는 내 손가락은 지표적 기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소나무’라고 표현하는 언어는 소나무에 대한 상징적 기호이다. 그 이유는 ‘소나무’라는 낱말을 발화할 때, 이 기표와 소나무 사이에 어떤 유사성도 없고, 어떤 내재적이고 필연적인 소나무다운 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소리로서의 소나무와 개념으로서의 소나무 사이의 관계는 사회의 자의성과 관행의 산물이다.
이상과 같이 기호와 그 지시대상 간의 유사성의 정도에 따라 퍼스는 기호를 도상과 지표 및 상징 등 세 가지 양식의 기호로 구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어디까지나 개념적 구분이고 실제적으로 상호 배타적이지는 않다. 가령,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도서관의 ‘메뚜기’족이라고 하는 것은 톡톡 튀는 행태의 유사성에 근거한 비유라는 점에서 도상적 기호이긴 하나, 톡톡 튀는 행태를 벼룩이 아니라 메뚜기에 비유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의적이고 그래서 상징적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개 짖는 소리를 ‘멍멍’이라고 나타낼 때 이는 분명 음성적 도상이면서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 사회의 자의적 관행의 소산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상징적 측면을 가진 도상적 상징기호라 할 수 있는 것처럼, 실제로 통용되는 것은 도상적 상징, 지표적 상징, 혹은 상징적 지표와 같이 두 가지 이상의 기호양식이 중첩된 기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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