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4일 금요일

작품 형식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은 어떻게 가능한가?

작품 형식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은 어떻게 가능한가?
곽 정 연(서울여대)

1. 서론
프로이트는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Der Moses des Michelangelo」이란 논문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나는 우선 예술에 있어서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문외한임을 밝혀 두고자 한다. 나는 또한 예술가가 우선적인 가치를 두는 형식과 기법보다 예술 작품의 내용이 더 나를 매혹시켰다는 점을 자주 지적했다. 요컨대 예술의 수많은 방법과 효과들을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지성이 내게 부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Ich schicke voraus, daß ich kein Kunstkenner bin, sondern Laie. Ich habe oft bemerkt, daß mich der Inhalt eines Kunstwerkes stärker anzieht als dessen formale und technische Eigenschaften, auf welche doch der Künstler in erster Linie Wert legt. Für viele Mittel und manche Wikungen der Kunst fehlt mir eigentlich das richtige Veständnis."
1)
프로이트가 밝힌 것처럼 문학에서 그의 일차적 관심은 작품의 내용에 있었고, 「도스또예프스끼와 아버지 살해 Dostojewski und die Vatertötung」, 「“시와 진실”에 나타난 어린 시절의 추억 Eine Kindheitserinnerung aus Dichtung und Wahrheit」 과 같은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주로 작품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작가의 무의식 세계를 밝혀 내거나, 「빌헬름 옌젠의 “그라비다”에 나타난 망상과 꿈 Der Wahn und die Träume in W. Jensens Gradiva」, 「섬뜩함 Das Unheimliche」에서처럼 작중 인물의 심리를 분석한다. 프로이트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적용해 문학 작품을 분석하면서 정신분석학 이론을 증명해나간다.
이와 같이 프로이트의 작품 분석의 목적이 작품의 심미적 가치를 밝혀 내는데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분석력으로 전통적인 문학 비평가가 밝혀 내지 못했던 작품의 의미를 자신의 이론과 연관시켜 설득력 있게 설명해 나간다. 따라서 정신분석학과 문학과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가 문학 작품을 예로 들어 자신의 이론을 증명함으로써 문학은 정신분석학 이론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문학 작품과 연관된 프로이트의 글들은 작품의 의미를 새롭게 밝힘으로써 부수적으로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의 모델을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은 프로이트의 작품에 대한 분석을 모범으로 삼으면서 주로 작품의 내용에 대한 분석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분석경향 때문에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이 예술작품의 가치를 좌우하는 형식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없고, 이에 관련된 미학적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에 대한 여러 비판들 중 하나다.
2)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프로이트의 작품에 대한 분석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정신분석학을 문학 비평 이론으로서 충분히 재조명하지 못했다는 데 기인한다고 본다. 작품의 전체의미를 분석하는데 형식과 내용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에, 프로이트의 글에서 작품 내용과 연관지어 형식과 관련된 이론들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에서 본고는 작품 형식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 이론 성립에 단초가 되는 프로이트의 이론들을 정리해 소개함으로써 이론 성립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한다.
이러한 형식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에 대한 연구는 독일에서 1960년 후반부터 시작되어서, 1990년에는 작품 형식에 대한 논의가 『프라이부르크의 심리학적 문학 이론에 대한 대화 Freiburger literarturpsychologische Gespäche』라는 학술지의 단행본으로도 출간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형식에 대한 비평은 아직까지도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의 주변주제로서 다루어지고 있다. 본인이 조사한 바로는 국내에서는 프로이트의 「재담과 그리고 무의식과의 그의 관계 Der Witz und seine Beziehung zum Unbewußten」를 중심으로 형식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의 가능성이 부분적으로 모색되고 있으나 아직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없다. 그러므로 본인의 연구가 정신분석학적 비평의 새로운 측면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2. 정신분석학에서의 형식
형식은 문학 비평에서 가장 자주 논의되면서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용어들 중 하나 이다. 예를 들어 관념론적 미학에서 형식은 정신적 측면인 내용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감각적 측면을 가리킨다.
3) 신고전주의 비평가들은 형식을 “상호적 합성의 원리에 따라 모인 구성부분들의 결합”4)이라고 규정한다. 이때 형식은 구조를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은 보통 제한된 의미로서 문학 장르나 유형 또는 운율, 시행, 운, 장 등의 형태를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5) 따라서 작품의 형식에 대하여 연구한다는 것은 작품의 장르나 구조와, 더불어 구조의 요소들인 운율, 장, 절 등을 분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넓은 의미로 형식은 내용에 대한 언어적 표현을 의미하며 은유, 비교, 상징, 암시와 같은 수사법도 포괄한다.6)
프로이트는 형식을 심층심리와 연관지어 기능적인 측면에서 이해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문학 활동의 목표 역시 궁극적으로 쾌락 획득이라고 보고, 문학 작품을 소망이 언어화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문학 작품은 한편으로는 소망을 추구하면서 쾌락 원칙을 따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에게 수용되기 위해 무의식적 소망에 방어하고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하면서 현실 원칙을 따른다. 그래서 작품은 무의식적 소망의 상상적 충족으로서의 공상과 이 소망의 위장으로서의 방어간의 타협의 형성물로 간주된다.
7) 이러한 문학의 속성은 꿈과 유사해서 꿈 작업의 메커니즘은 문학 텍스트에서 재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꿈꾸는 자가 꿈과 현실의 구분 없이 무의식 속에서 꿈을 형성한다면, 예술가는 작품을 현실과의 관계를 의식하면서 형상화한다. 꿈이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구성된 형성물이라면, 문학 작품은 타인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사회를 향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의식적 소망을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게 형식화하는 작업에서 예술가는 사회적 관념, 예술적 전통, 형식적 규범들을 고려하게 된다.
8) 꿈이 경멸스러운 원천에서 연유했다는 사실을 쉽게 드러내는 반면에 예술가는 거부감을 일으키는 소망들을 포장하고, 개인적인 것들을 걸러내면서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다. 독자는 그러한 예술작품에서 적은 에너지의 소비로 현실에서 억압한 소망을 간접적으로 충족시키게 된다. 예술적 표현들은 이때 일시적이나마 억압을 능가하고 지양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는 거부감을 일으키거나 부끄럽게 하는 소망들을 가공해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작품의 내용에 형식을 부여하는 능력을 지닌 자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작가의 이러한 능력을 「창조적인 작가와 몽상 Der Dichter und der Phantasieren」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우리는 이런 몽상들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거나 기껏해야 냉담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만일 작가들이 작업을 하거나 혹은 우리가 보기에는 개인적인 몽상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들려줄 때에는 반대로 진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아마도 여러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어떻게 이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는 작가만이 갖고 있는 내밀한 비밀이다. 한 개인과 다른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장벽들과 관련된 거부감을 넘어서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바로 이 기교에 아마도 진정한 시학이 존재할 것이다. 「... 」문학 창조자는 낮에 꾸는 꿈을 변형시키거나 베일로 가림으로써 이기적인 꿈의 성격을 약화시키면서 그의 몽상을 통해 순수하게 형식적인, 다시 말해 미학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여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Wir werden von solchen Phantasien, wenn wir sie erfahren, abgestoßen oder bleiben höchstens kühl gegen sie. Wenn aber der Dichter uns seine Spiele vorspielt oder uns das erzählt, was wir für seine persönlichen Tagträume zu erklären geneigt sind, so empfinden wir hohe, wahrscheinlich aus vielen Quellen zusammenfließende Lust. Wie der Dichter das zustande bringt, das ist sein eigenstes Geheimnis; in der Technik der Überwindung jener Abstoßung, die gewiß mit den Schranken zu tun hat, welche sich zwischen jedem einzelnen Ich und den anderen erheben, liegt die eigentliche Ars Poetica”. 「...」Der Dichter mildert den Charakter des egoistischen Tagtraumes durch Abänderungen und Verhüllungen und besticht uns durch rein formalen, d. h. ästhetischen Lustgewinn, den er uns in der Darstellung seiner Phantasien bietet"
9)
프로이트에게 형식은 독자가 문학 작품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인 것이다. 즉 작품의 형식은 개인적 몽상을 가공하여 검열로부터 위협받지 않도록 하여 쾌락 획득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 살해란 억압된 소망을 다루는 「햄릿」에서 독자에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작품의 구조, 인물의 배치, 언어적 표현 등 그 형식이란 것이다. 작가는 문학적 형식으로 독자를 자신의 환상에 동참하도록 유혹함으로써 독자를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프로이트는 이런 형식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을 깊은 심리적 원천에서 오는 좀더 큰 즐거움의 방출을 가능하게 하는 "사전 쾌락 Vorlust"이라고 설명한다.
10) 즉 형식이 가져다주는 사전 쾌락은 전희로서 보다 큰 쾌락을 위한 발판이 된다. 독자는 형식에 의해 이러한 사전 쾌락을 느끼면서 유혹되어 억압된 소망에 접근하게 되며 환상 속에서 이러한 소망을 충족시키면서 좀 더 큰 쾌락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의 형식은 작품 생성의 원동력인 무의식적 소망들을 사회적, 도덕적으로 수용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독자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홀란드 Norman Holland는 “문학 작품에서 형식이란 방어에 상응하고 내용은 판타지나 충동에 상응한다”
11)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형식은 이드의 욕구와 초자아의 검열을 조화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서의 작품의 형식은 한편으로는 역동적인 심리적 에너지의 화합물 Kompromißbildung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와 독자간의 소통적 측면에서 이해된다. 다시 말해 문학적 형식은 억압된 소망을 사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가공하여 쾌락을 얻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에서 좋은 형식이란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을 조화시켜서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억압된 무의식적 소망을 초자아에서 비롯되는 저항과 검열을 피하여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형상화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형식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입장을 바탕으로 프로이트 글에서 작품의 형식에 대한 비평에 단초가 될 말한 글들을 소개해 보겠다.
3. 장르에 대한 이론
프로이트는 재담과 꿈의 유사성을 밝히며 무의식에서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외견상 논리를 가장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재담에 나타나는 무의식 세계를 규명하기 위해 「재담 그리고 무의식과의 그의 관계 Der Witz und seine Beziehung zum Unbewußten」를 집필한다. 프로이트는 재담이란 문학적인 주제에서 정신분석학을 적용하여 인간심리의 복합적인 과정을 기술한다. 그러나 재담에 대한 이러한 기술은 부수적으로 재담의 형식, 심리적 원천, 사회적 기능 등을 설명함으로써 재담이라는 하나의 문학 장르를 정신분석학적 시각에서 설명하는, 문학 비평적 입장에서 매우 의의 있는 연구가 된다.
프로이트는 재담의 쾌감은 두 가지 원천, 즉 재담의 내용과 재담을 형식화하는 기법에 있다고 보고 쾌감작용의 메커니즘을 심리적 경제원칙에 의거하여 절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재담은 억압된 무의식적 소망을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식으로 가공하여 표출하게 함으로써 충동에 대한 내적인 억제와 저항을 극복하게 하고 그와 결합된 심리적 정체 psychische Stauung를 풀어준다. 그러므로 재담은 심리적인 억제 유지에 소비되었던 경비부담을 덜고 심리적 비용을 절약하게 함으로써 쾌락을 획득하게 해준다.
프로이트는 재담의 심리적 원천과 재담의 쾌락생성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재담에 대한 생산자와 수용자의 심리 분석을 하는 동시에 재담의 형식을 분석한다. 쇠나우 Walter Schönau는 재담에서는 그 형식이 어떤 문학 장르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으로 “형식이 비로소 재담을 재담으로 만든다 Erst die Form macht den Witz zum Witz”
12)고 주장한다. 우리는 자신이 웃었던 재담의 내용을 형식을 변형해 이야기 할 때 웃음을 창출하는데 실패하는 것을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기에 이러한 주장을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재담의 형식은 초자아가 거부할 내용을 가공하여 검열을 비껴가며 무의식적 욕구에서 오는 환상을 만족시키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함으로써 웃음을 창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프로이트는 재담의 본질을 사고 내용이 아닌 형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재담의 형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 양식의 특수성을 설명한다. 그는 여러 재담들을 예로 들면서 재담의 형식적 기법을 열거한다. 예를 들어 과거 유럽에서 군주 "레오폴트 Leopold"를 "클레오 Cléo"라는 이름의 여자와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클레오폴트 Cleopold"라는 이름으로 바꿔 불렀다.
13) 이렇게 두 단어를 하나의 단어로서 결합할 때 들어내지 않아야 할 단어의 음성적 표현의 흔적을 남기면서 다른 한 대표적인 의미를 표현하는 것을 “대체물 형성을 갖는 압축 Verdichtug mit Ersatzbildung“14)이라고 칭한다.
재담의 기술을 특징짓는 것을 응축하고 절약하는 경향으로 보고, 하나의 표현을 여러 의미로 사용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기법도 상위 범주 개념인 ”압축“이란 기법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어떤 한 단어를 한번은 일상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다른 한번은 분해하거나 ("Antigone - Antik? Oh, nee"
15)), 약간 변형하여 ("이전의 유대인 Antesemitismus- 반유태주의 Antisemitismus"16))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또는 은유적 의미나 퇴색된 공허한 의미 등 단어의 이중적 의미를 이용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압축의 기술과 더불어 논점을 변환시켜 사고 과정을 전환시키고 심리적 강조점을 이동시키는 기술을 “전위 Verschiebung”라고 칭한다. 예를 들어 딱한 처지를 보고 돈을 빌려준 친지가 돈을 빌려간 사람에게 “아니 나한테서 돈을 빌려 마요네즈 소스를 친 연어 요리를 주문한단 말이요! 이러기 위해서 내 돈이 필요했던 거요? Wie, Sie borgen sich Geld von mir aus und dann bestellen Sie sich Lachs mit Mayonnaise. Dazu haben Sie mein Geld gebraucht?”라고 묻자 빌려간 사람은 “무슨 말씀이신지? 돈이 없을 땐 연어 요리를 먹을 수 없고, 돈이 있을 때는 연어 요리를 먹어선 안되다니, 그렇다면 도대체 난 언제 마요네즈 소스를 친 연어요리를 먹어야 합니까? Ich vestehe Sie nicht, wenn ich kein Geld habe, kann ich nicht essen Lachs mit Mayonnaise, wenn ich Geld habe, darf ich nicht essen Lachs mit Mayonnaise. Also wann soll ich eigentlich essen Lachs mit Mayonnaise?"
17)라고 대답한다.
이와 같이 궤변을 통해 논점을 일탈하거나, 비유나 암시와 같은 간접적 표현을 사용하여 논점을 회피하거나, 정상적인 사고에서 일탈하거나, 사고과정을 비껴나가는 오류적 사고를 이용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은 습관적인 대답을 하거나, 생각과는 다른 정반대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표현으로 대꾸하면서 외견상 논리를 가장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내는 기법을 프로이트는 전위라는 상위개념에 포함시킨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기술들을 이용하여 생성된 재담들을 그 목적과 성격에 따라 세분한다.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 특별한 의도에 사용되지 않는 재담을 "악의 없는 harmlos" 재담 그리고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경향성 Tendenz”을 갖는 재담으로 구분한다. 경향성을 갖은 재담은 다시 공격이나 방어를 위한 “적의 있는 feindselig” 재담과 노출로써 성적 충동을 표출하는 “외설적인 obszön” 재담으로 구분된다.
적의 있는 재담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비판할 때, 또는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제도나 규범에 대한 풍자에 주로 이용된다. 이런 재담에서 흔히 쓰이는 기법은 암시나 비유 외에도 궤변으로 논점에서 이탈하거나 논점을 전환시키는 것이다. 외설적인 재담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법은 암시나 사소한 것에 의한 대체인데 직접 표현하는 것과 그로 인해 자극되는 것 사이의 불균형이 크면 클수록 재담은 더욱 세련되어진다. 이러한 재담의 기법은 바로 재담의 성공을 가늠하는 주요요소로서 그 기술이 조야할 때 청자는 부끄러워하거나 역겹게 느끼게 되어 청자와 화자에게서 웃음을 창출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재담에는 일반적으로 재담을 하는 사람, 적대적이고 성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람 그리고 웃음으로써 재담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청자가 필요하다. 재담에 대해 웃고 그 쾌락의 효과를 누리면서 재담을 완성시키는 자는 청자하고 할 수 있음으로 청자의 교육수준, 가치관 등과 관련된 청자의 정서상태에 재담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적대적, 외설적인 재담 외에도 경향 재담에는 “냉소적인 zynisch” 재담과 인식하는 자세에 대하여 회의를 보이는 “회의적 skeptisch” 재담이 속한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재담 자체를 세분화할 뿐만 아니라 재담을 다른 유사한 장르와 비교하면서 재담이란 장르를 정확하게 자리 매김 한다. 재담을 우스꽝스러움 Komik과 유머 Humor와 비교하면서 쾌락의 원천이 각각 무의식, 전의식, 전의식 중 초자아에 있다고 구분한다. 또한 심리부담을 절약하면서 느끼는 쾌락 메커니즘의 상이함에 따라 세 장르를 구분한다. 재담은 억압된 소망을 만족시키는 것에 대한 저항을 억제할 때 심리 부담을 절약하면서, 우스꽝스러움은 타인과 나 사이의 비교나, 모방, 변장, 폭로, 캐리커처, 패러디, 분장 등의 기법을 이용한 타인 내면에서의 비교나 자기 내부에서의 비교를 통해 타인이나 나 자신 속에서 유아적인 것을 발견하면서 비교할 때의 심리 부담이 경감되면서 쾌락을 느끼게 된다. 이에 반해 유머는 관습적으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분출하고 싶은 상황에서 이 감정을 발생에서부터 억제하면서 감정 비용을 절약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이와 같이 프로이트는 각 세부장르의 상이한 쾌감생성 메커니즘을 설명할 뿐 아니라 각 장르의 사회적 행동방식을 기술한다. 재담은 쾌락 생성 과정을 완성시키기 위해 제 삼자가 필요하며 우스꽝스러움은 희극성을 발견한 사람과 희극성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으로 가능하고, 유머는 가장 자족적인 장르로서 혼자서 그 과정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즉 유머는 자신 안에서 발생한 희극적 쾌락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제력 없이 혼자 즐길 수 있다.
프로이트는 재담의 다양한 실례를 관찰하면서 귀납적으로 규칙을 산출하며
18) 재담의 형식적, 구조적 측면에서 재담의 기법을 소개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재담의 심리적 원천과 쾌락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재담 소통의 화용론적인 분석까지 시행한다.19) 또한 재담 자체를 세분하고 유사장르와 비교하면서 희극적이라는 상위 장르 안에서의 재담의 특징을 설명한다. 재담 기술이나 타 장르와의 비교 등과 관련한 프로이트의 재담 이론에 대해서는 상세한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한 장르의 표면구조뿐 아니라 심층구조를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써 문예학적 장르 이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또한 「무대 위에 나타난 정신이상에 걸린 인물 Psychopathische Personen auf der Bühne」에서 극을 서정시와 서사시와 비교하면서 극에 대한 장르론을 펼친다. 서정시가 다양한 종류의 강렬한 감정이 분출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서사시는 영웅적 인물과 동일시하면서 즐거움을 함께 누리게 해주는 반면, 극은 갈등을 겪고 있는 인물이나 나아가 괴로움을 겪고 있는 인물들을 묘사하면서 관객에게 온갖 역경에도 위대함을 잃지 않으려는 등장 인물에게서 초자아를 만족시키거나 피학적 만족에서 연유하는 쾌락을 느끼게 한다. 고통은 극의 주제이지만 그 고통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보장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이러한 공감적 고통은 극의 형식적 조건 속에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형식적 조건 중에 하나는 육체적 고통이 이와 관련된 특별한 심리적 상태를 표현한다는 조건이 아니라면, 고통을 유발하는 상황은 정신적 고통에 국한되어야 한다. 또한 관객으로부터 정신적 고통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고통을 유발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극의 전개에 고통이 원인이 되는 사건을 다루어야 한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극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내린 후 극의 종류를 세분한다. 신과의 투쟁을 다룬 “종교극 religöses Drama”, 사회 제도에 대항하는 개인을 다룬 “사회극 soziales Drama“, 개인사이의 갈등을 다룬 ”성격극 Charakter-Drama“ 주인공의 마음속의 의식적인 충동들 간의 갈등을 다룬 ”심리극 psychologisches Drama”, 의식적인 충동과 억압된 충동사이의 갈등을 다룬 “정신병리학적 극 psychopathologisches Drama”이 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정신병리학적 극 중 「햄릿」을 예로 들면서 성공적인 정신병리학적극의 형식적인 전제조건을 열거한다. 첫 째는 주인공은 원래부터 정신병자가 아니라 극중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정신병자가 되어야 하고, 두 번 째는 주인공 내면의 억압된 충동은 우리 모두에게서 억압되어 있는 충동들 중에 하나여야 하며, 세 번째는 관객이 감정에 빠져들도록 그 충동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어야 한다.
20) 이러한 구조로서 극작가는 관객들이 병으로 고통받는 주인공과 함께 병의 진행 상태를 따라가도록 유도하고 병에 대한 관객들의 반발심을 피하면서 그들에게 사전쾌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희극을 배제하고 다룬 극에 대한 프로이트의 장르론은 단편적인 성격을 띠고있지만, 관객의 심층심리와 연관해 형식적 조건들을 설명함으로써 재담 이론과 함께 장르 이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4. 구조에 대한 이론
작품 속의 꿈을 분석함으로써 자신의 꿈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쓴 「빌헬름 옌젠의 “그라디바”에 나타난 망상과 꿈」에서 프로이트는 작가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현실 법칙에서 벗어난 전제에서 작품을 시작하는지 지적한다.
프로이트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노르베르트 하놀드와 조에 베르트강이 마치 현실에 실재하는 사람들처럼 정확하게 심리 묘사가 되어 있다는 전제하에서 두 사람의 심리 분석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인물에 대한 현실성 있는 묘사를 개연성 희박한 두 가지 전제 조건에서 시작한다. 첫 째는 젊은 고고학자인 노르베르트가 특이한 걸음걸이뿐만 아니라 얼굴 모습과 자태까지 살아 있는 여인을 그대로 재현한 고대 유물인 부조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두 번 째 전제는 그가 폼페이에서 우연히 이 조각 부조와 닮은 어렸을 적 친구이면서 이웃에 살고 있는 조에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적 상상력에 나온 이런 현실성 없는 전제 조건은 망상과 그 치료에 대한 정신분석 연구서와 같은 이 소설에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작가는 꿈을 이용하여 주인공의 무의식세계를 묘사함으로써 그리고 이중의 의미를 지닌 표현들을 사용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망상의 세계를 그려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망상의 차원 너머에서 그 표현의 무의식적 진실을 독자에게 암시한다. 노르베르트가 자신의 여행 동기를 의식하게 되는 경로나 조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방법은 독자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 점차적으로 갈등의 해결을 이끌어가게 한다. 더욱이 그라디바의 모습을 재현한 듯한 조에의 출현은 소설의 극적 긴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려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여인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망상을 치료하도록 하는 것은 소설을 행복한 결말로 이끄는 주요 원인이 된다. 프로이트는 작가가 그려낸 주인공의 심리와 정신분석학에서 밝혀낸 인간 심리의 유사성을 설명하면서, 부가적으로 작가가 어떻게 심리적 현실에 부합하는 소재를 작가적 상상력에서 오는 전제조건들로 시적 아름다움을 가진 소설을 구성해 나가는 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이 때 작품의 전체적 구성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현실성이 부족한 전제조건의 가미와 사건의 진실을 적당히 폭로하는 동시에 은폐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언어적 표현의 사용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의 구조와 관련하여 프로이트는「창조적인 작가와 몽상」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 소설의 구조와 백일몽의 유사성에 대하여 설명한다. 대중소설의 중심에는 항상 독자들의 공감을 사는 주인공이 있다. 이러한 주인공은 다른 이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뿐 아니라 특별한 섭리를 받은 듯이 보호를 받는데, 독자들은 이러한 주인공과 동일시되면서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듯한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또한 이런 작품에서는 인간 심성과의 복잡한 양상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이 선인과 악인으로 나누어지는데 선인들이 주인공의 동조자라면 반대로 악인들은 영웅시된 주인공의 적이 된다. 이러한 대중적인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백일몽의 요소들이 소설 구조 속에 더 부각된다. 프로이트는 이런 대중소설의 구조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많은 소설들이 이러한 단순한 백일몽과는 거리를 취하고 있으나, 이러한 변형들이 일련의 전위과정을 거쳐 이러한 모델과 관련을 맺고있지 않은가란 질문을 던짐으로써 조심스럽게 이러한 구조가 소설의 기본구조라는 주장을 한다.
프로이트는 작가가 어떻게 독자를 작품의 주인공과 공감하도록 만드는가에 대한 기법을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 Richard Ⅲ」를 예로 들어 좀더 상세히 기술한다. 주인공 리처드는 자신의 타고난 모습을 한탄하면서 누구에게도 사랑 받는 애인이 될 수 없을 바에야 악당 노릇을 하며 다른 자들의 사랑 놀음에 저주를 퍼붓겠다는 내용의 독백을 한다.
“나는 사랑 놀음을 하도록 생기지도 못했고, 거울을 보며 호색한처럼 멋을 낼 수도 없구나. 이 못생긴 나, 음탕한 춤을 추며 요정 앞에서 한 번 으스댈 수도 없도록 위대한 사랑의 신이 포기해 버린 못생긴 나. 자연은 나의 육체적인 매력을 잘라버렸고 매혹을 훔쳐갔도다. 기형에다 미완성의 칠삭둥이로 이 세상에 나온 나는 엉성한 골격에 쩔뚝거리며 다녀서 개들도 가까이 가면 나를 보고 짖어대는구나. 「....」 아름다운 날들을 만들며 여인들을 따라다닐 수 있는 한량이 아닌 바에야, 이제 나는 천하의 악당이 되어서 그들의 저 쓸데없는 사랑 놀음에 저주를 퍼부으리라.
Doch ich, zu Possenspielen nicht gemacht,
Noch um zu buhlen mit verliebten Spiegeln;
Ich, roh geprägt, entblößt von Liebes-Majestät
Vor leicht sich dreh'nden Nymphen sich zu brüsten;
Ich, um dies schöne Ebenmaß verkürzt,
Von der Natur um Bildung falsch betrogen,
Entstellt, verwahrlost, vor der Zeit gesandt
In diese Welt des Atmens, halb kaum fertig
Gemacht, und zwar so lahm und ungeziemend,
Daß Hunde bellen, hink' ich wo vorbei; 「...」
Und darum, weil ich nicht als ein Verliebter
Kann kürzen diese fein beredten Tage,
Bin ich gewillt ein Bösewicht zu werden
Und Feind den eitlen Freuden dieser Tage.”
21)
못생긴 외모에 대한 리처드의 쓰라린 고백은 독자에게 자신이 갖지 못한 조건들에 대해 환기시키면서 이러한 악한에게 공감하게 한다. 선천적으로 좋지 못한 조건을 타고난 사람들은 자신을 예외로 생각하고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가 있다고 프로이트는 주장하면서, 한번쯤 독자모두 어린 시절에 선천적인 피해에 대해 자연과 운명을 비난했을 것이고 이러한 어린 시절을 환기시키는 고백은 자신도 리처드처럼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리처드의 독백은 모든 것을 다 털어놓지는 않고 단지 몇 가지를 지적할 뿐이어서 그것을 완성시키는 일을 독자에게 남긴다. 극작가는 이러한 세련된 구성으로 모든 비밀을 드러내지 않고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과 함께 비밀을 나누어 갖도록 하면서 공감하게 하고, 비판적인 생각대신에 주인공과 일체가 되도록 유도한다.
22) 작가는 독자가 주인공에게 은밀한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주인공에 대해 관객이 느끼는 공감의 근저에 무엇인가 독자가 공유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것을 창조해 놓으면서 그 비밀을 적절한 방법으로 은폐하여야 한다. 그런 비밀을 의식적으로 이해하도록 합리적으로 모두 설명해 놓는다면 환상은 깊이를 얻는데 실패할 것이다.23)
행동의 여러 가지 동기 중에서 독자에게 충격을 줄 동기를 은폐하면서 피상적인 동기만을 드러내는 기법은 입센Henrik Ibsen의 「로스머스홀름 Rosmersholm」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 레베카는 로스머 집에 살게 되면서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로스머 부인의 자살을 유도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부인이 죽고 그녀가 원한대로 로스머가 레베카에게 청혼을 하게되자 그녀는 그 청혼을 거절한다. 거절을 하는 이유를 그녀는 로스머의 고귀한 성품에 전염되어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프로이트는 이런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작품 속의 다양한 암시들을 추적하면서 그녀의 죄의식은 그녀의 행동의 원인이기도한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근친상간에서 비롯된 죄의식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독자에게 충격을 주고 저항감을 일으킬 동기들이 단지 암시될 뿐,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것은 독자들의 안락한 지각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작품을 즐기게 하는 기법 중에 하나이다. 이 때 전면에 내세운 동기는 심층동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동기에 대한 고백은 새로운 사실을 알리면서 동시에 다른 사실을 숨기기 때문에 작품의 긴장감을 더해 준다.
이처럼 작가는 적절한 방법으로 심리적 진실을 은폐하고 폭로하는데, 그런 기법 중에 하나는 한 인물의 성격이 여러 명의 인물들에 나뉘어 표현되는 방법이다. 이로써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가 다양한 인물들로 의인화되어 은폐되는 동시에 폭로된다. 프로이트는 셰익스피어의「맥베드 Macbeth」를 예로 들어 맥베드와 그의 아내 레이디 맥베드가 극중에서 동일한 심리 상태를 공유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 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맥베드가 의식 속에서 괴로워하면, 그 고통이 부인에게 옮겨온 듯, 왕비는 그 괴로움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범죄를 저지른 후 한 사람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모순된 두 가지 심리적 반응이 두 인물에 각기 나뉘어져 표현되는 것이다. 즉 맥베드가 살인을 저지른 후 왕비는 이를 후회하고 맥베드는 대담하게 운명에 도전장을 낸다. 따라서 독자는 두 인물 중 한 인물을 자율성을 지닌 하나의 독립된 인물로 간주하고 그의 반쪽인 나머지 인물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인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24)
프로이트는「도스또예프스끼와 아버지 살해」에서 아버지에 대한 경쟁과 살해라는 소재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König Ödipus」과 셰익스피어의「햄릿 Hamlet」과 도스또예프스끼의 「까라마조프 형제들 Die Brüder Karamasoff」에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비교한다. 이 세 작품 속에서 시간을 초월한 인류 보편적인 소망인 아버지 살해라는 소재는 독자에게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소설적 구조로서 구체화된다. 「오이디푸스 왕」에서는 주인공의 아버지를 살해한 행동이 전혀 의도된 바가 아니라서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의 죄악은 마치 분명한 의식 상태에서 저질러진 범죄처럼 인정되고 응징을 받는다. 「햄릿」에서는 주인공이 직접 죄악을 범하지 않고 삼촌이 아버지를 제거하고 아버지대신 어머니를 차지한다. 햄릿은 범죄를 저질은 자에게 복수를 해야하는 상황에 있지만 계속 망설이면서 복수를 하지 못한다. 「햄릿」에서는 다른 사람이 행한 죄악이 주인공에 미치는 영향을 묘사됨으로써 아버지 살해라는 소재가 다루어진다.「까라마조프 형제들」에서는 살해를 저지른 자가 아버지와 성적 경쟁관계에 있는 드미뜨리가 아니고 배다른 형제이다. 이 때 누가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냐는 것보다 누가 이 행동을 원했냐는 데 반어적 기법으로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소재가 부각된다. 프로이트는 동일한 소재를 상이하게 형상화한 세 작품의 구조를 비교하면서 「오이디푸스 왕」에서는 유아기의 소원 공상을 현실화되는 데 비해, 「햄릿」에서는 억제된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억제는 「까라마조프 형제들」에서 한 걸음 더 진행된다. 이러한 상이한 소설 구조는 작품 제작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데, 이는 인류의 내면 속에 억압이 얼마나 진전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프로이트는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은 문학의 소재가 작품 창작 당시의 사회상황과 문화현상의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살피도록 함으로써 정신분석학적 비평을 역사적 관점과 연결시킬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처럼 프로이트는 작품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독자에게 저항감을 일으킬 심리적 내용들을 독자에게 즐거움을 창출하는 허구적 세계에서 형상화하는 작품의 구조와 관련된 기법에 대해서 언급한다. 물론 이러한 작품 구조들에 대한 탐구는 프로이트의 논문의 주변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독자의 심층심리와 연결시켜 작품을 관찰하는 자세는 작품의 구조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후속 연구의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여겨진다.
5. 결론
프로이트는 작품의 형식을 무의식적 내용들을 가공하여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게 형태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형식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프로이트의 재담과 비극에 대한 장르 이론과 심리적 사실과 허구적 세계를 조화시켜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의 구조와 관련된 다양한 기법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프로이트는 비극의 종류를 세분하고 성공적인 정신병리학적 극의 구조상의 전제 조건을 제시한다. 재담에 대한 상세한 기술에서는 형식적 구조적인 면에서 재담의 기법을 분석하고 재담의 심리적 원천과 쾌락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재담 수용에 대한 이론을 제시한다. 더불어 재담의 종류를 세분하고 유사장르와 비교하면서 재담의 표면구조와 더불어 심층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문예학적 장르 이론의 모델을 제시한다. 프로이트는 또한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품의 구조를 고찰한다. 작품이 독자에게 쾌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독자가 주인공과 동일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독자가 심리적 저항을 극복하고 주인공과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심리적 진실이 적당한 시기에 적절하게 폭로되고 은폐되어야 한다. 이러한 폭로와 은폐의 기술은 프로이트가 반복해서 언급하는 중요한 형식적 기법으로서 이러한 기술의 세련됨이 바로 작품의 질을 결정 짓는 요소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심리적 진실은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우연을 이용한 개연성이 희박한 전제 조건과의 결합으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전제조건들은 현실에서 보장받을 수 없는 행복을 허구적 세계에서 누리게 하는 주요요소로서, 독자가 잠시나마 허구적 세계라는 것을 잊을 수 있도록 전체적 소설구조 속에서 현실성 있게 가미되어야 한다. 프로이트는 또한 「오이디푸스 왕」, 「햄릿」, 「까라마조프 형제들」을 예로 들어 인류의 무의식적 욕망인 아버지 살해라는 보편적인 소재가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의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상이하게 형상화되었는지 고찰한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형식에 대한 이론들은 문학 작품을 다루는 글에게 부수적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단초적인 성격을 띠지만, 심층심리와 연관시켜 독자의 수용을 고려하는 작품 형식의 기능적인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전통적인 문예학의 형식에 대한 이론을 보완한다. 또한 작품의 형식은 수용되기 위해 사회적 상황과 예술적 전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형식에 대한 분석은 작품을 그 당시 사회와 문화 현상과 함께 탐구하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학 형식에 대한 논의는 정신분석학적 비평이 비역사적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게 해줄 것이다.
기존의 정신분석학적 문학 비평은 압축, 전위, 시각화, 이차 가공과 같은 꿈 작업에 상응하는 문학의 형상화 과정을 추적하면서 주로 작가의 창작과 관련하여 작품의 무의식적 내용을 밝혀내는 데 치중했다. 거꾸로 형상화 과정을 추적해 독자의 반응과 관련하여 작품의 형식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정신분석학적 비평의 영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25) 프로이트가 부분적으로 수행한, 독자의 정서적 상태를 고려한 은폐와 폭로와 관련된 기술과 전체적인 작품 구조 속에서 독자에게 즐거움을 보장하는 전제조건과 관련한 기법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을 이러한 방향의 연구의 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무의식의 형상화와 관련된 압축, 전위, 상징 등과 같은 기법을 전통적인 문예학의 수사법과 관련시키는 탐구도 그에 대한 세부연구로 들 수 있다.
프로이트는 문학 작품이 무의식적 소망을 소재로 하고, 그 다양성은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며 가공하는 문학적 형식에서 기인한다는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한다. 이러한 가설은 문학의 생성과 수용과 관련된 다양한 동기들과 내용과 형식의 복합적인 관계를 모두 만족스럽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작품을 창작자와 수용자의 심층심리와 관련해서 보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고 여겨진다. 문학의 목적을 우선적으로 쾌락획득에 두는 정신분석학적 입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문학의 일차적인 기능이 감동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에 정신분석학적 문학 이론은 기존의 문학 예술 이론을 보완하면서 앞으로 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생산적인 논의를 제공하리라 기대된다. 특히 수용자의 심층심리를 고려하는 작품 형식에 대한 연구는 문학 비평의 영역을 넓혀 줄 뿐 아니라, 수용자의 심리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대중 매체에 대한 연구에 방법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프로이트의 형식에 관한 이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이를 활용한 작품의 분석은 후속 연구로 남겨두고자 한다.
참고문헌
권택영 외: 문학비평용어사전. 새문사 2000.
김연순 외: 독문학용어사전. 탐구당 1992.
막스 밀레르: 프로이트와 문학의 이해. 문학과지성사 1997.
박찬부: 현대정신분석비평. 민음사 1996.
안느 끌랑시에: 정신분석학과 문학비평. 숭실대학교 출판부 1998.
엘리자베드 라이트: 정신분석비평. 문예출판사 1989.
이유선: 프로이트의 재담이론. 독일문학 60집 37권 2호 1996. 305-326쪽
잭스페터: 프로이트 예술미학. 정신분석과 예술에 대한 연구. 도서출판 풀빛 1998.
허창운 외: 프로이트의 문학예술이론. 민음사 1997.
Birus, Hendrik: Freuds Der Witz und seine Beziehung zum Unbewußten als Modell einer Textsortenanlyse. In: Freiburger literaturpsychologische Gespräche 9 (1990), S. 254-279.
Freud, Sigmund: Studienausgabe. 10 Bände. Frankfurt a. M. 1969-1975.
Kutschera, Franz von: Ästhetik. Berlin; New Tork 1989.
Pietzcker, Carl: Einführung in die Psychoanalyse des literarischen Kunstwerks: am Beispiel von Jean Pauls "Rede des toten Christus". Würzburg 1985.
Pietzcker, Carl: Überblick über die psychoanalytische Forschung zur literarischen Form. In: Freiburger literaturpsychologische Gespräche 9 (1990), S. 9-32.
Pietzcker, Carl: Literarische Form - eine durchlässige Grenze. In: Freiburger literaturpsychologische Gespräche 9 (1990), S. 64-91.
Rank, Otto: Der Doppelgänger. In: Imago 3 (1914), S. 97-164.
Schönau, Walter: Einführung in die psychoanalytische Literaturwissenschaft. Stuttgart 1991.
Schönau, Walter: Die heuristische Funktion der literarischen Form. In: Freiburger literaturpsychologische Gespräche 9 (1990), S. 92-103.
Wyatt, Frederick: Möglichkeiten und Grenzen der psychoanalytischen Deutung der Literatur. Überlegungen zur 5. Arbeitstagung Psychoanalyse und Literatur, 25./26. Januar 1980 In: Freiburger literaturpsychologische Gespräche 1 (1981), S. 7-12.
Wyatt, Frederick: Über die Eigenart des Formbegriffs. Erkenntniskritische und psychoanlayische Erwägungen. In: Freiburger literaturpsychologische Gespräche 9 (1990), S. 104-123.

댓글 없음:

댓글 쓰기